그때 참으로 많이 들었던 말이 "치열하게 살기" 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냥 열심히 정도가 아니라 치열하게 였다.
너는 혹은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가 대화의 많은 포션을 차지했었다.
지난 한 달 남짓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거의 다 잊어버리기 직전이고 바람에 모두 흩어져 날아가 버리기 전에 남은 기억의 보습들을 모아 작은 글로 남기고자 한다.
1. 성과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능력을 폭발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누구는 어느 정도의 능력이고 누구는 영 꽝이네 등등. 처음에는 내가 타인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판단을 할 수록 내 눈이 정확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내 판단의 수준이 그닥 낮지는 않다 - 최소한 큰 틀에서는 맞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리더로서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보고, 성과를 보기 보다 작업의 어려움을 제거하는데 집중한 결과 사람들의 포텐셜이 폭발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또한 기대치를 훨씬 능가하는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의 나의 사람에 대한 판단하는 능력은 몹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저 사람은 왜 그럴까 라고 이해하지 못하였던 사람 중에 엄청난 능력이 잠재되어 있던 사람이 분명이 있었을 것 같고, 아마 내가 그때 조금만 더 관심과 배려를 주었다면 포텐셜 폭발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능력이 있고 없음이 성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성과로 나올 수 있도록 support 받는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
2. 옛 친구들, 친구의 아내.
친구 A 의 집사람이 말기 암인데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곤 몇 시간 후 문자가 왔다.
A의 아내, 사망. 빈소는 ...
워낙 감기 몸살이 심한 터라 대구행 버스를 타자 마자 혼곤히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즈음 지나 잠에서 깨자 이미 차창 밖은 어스름이 내려와 있었다. 갑자기 A가 생각났다.
그때서야 A의 집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났다.
남겨진 A와 어린 딸을 생각하니 눈물만이 흘렀다.
나는 내 가족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3. 자출족 -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족속
탄천 길 약 5.5km 와 신호등 6개를 건넌다.
월요일 출 퇴근 첫 날. 중간에 한 번씩 쉬어야 했다.
화요일, 둘째 날. 이제 쉼 없이 달렸다.
수요일, 세째 날 출근 길. 이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수요일 퇴근 길 과속 방지턱을 피하기 위해 노견을 통과하다 엎어졌다.
오른 팔꿈치, 왼 무릎이 30년 만에 까졌고 왼 손목과 오른 발목이 시큰하다.
자전거도 변속기와 체인이 빠져서 피를 질질 흘리며 저녁 8시에 겨우 자전거점을 찾아서 겨우 고쳤다.
목요일, 쓰린 몸을 이끌고 자전거 출퇴근 강행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장갑을 끼려고 자전거를 세우는 순간 자전거가 자빠지면서 체인 가출. 이것 고치려고 이매동, 야탑동 자전거점 문 연곳을 다 찾아다니다가 결국 자전거 조립한 야탑 벨로시티에서 해결. 이미 지각.
4. 목에 박힌 가시 드디어 뽑다.
예전 서비스 크기가 작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 어느 정도 크기가 되고 나니 조금만 부하가 몰리면 문제가 생겼다.
지난 2주일 동안 3번의 장애가 생기고 그때마다 죄송합니다 메일을 써야 했다. 이러다 보니 일을 하다가도 이놈 이상하지는 않은지 매번 체크 하게 되고 특히 주말에 잘 죽다 보니 휴일에도 편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한 시간마다 한 번씩 alive check 를 하고 있었다. resource 알람 문자라도 오면 초 비상이 되어 전화하고 서버 접속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참지 못할 지경이 되어 이틀 동안 미친듯이 작업해서 active-active 이중화를 단행했다. 용량 역시 4배 정도로 늘여서
죽기도 힘들게 함과 동시에 뭐 죽으라면 죽으라지 너 말고도 많거든?
이 되도록 처리했다.
이후 아침마다 보이던 흰 머리가 사라진 것도 같다.
막상 학교 다닐 때는 그다지 치열하게 살지 못했 던 것 같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을 참으로 치열하게 하였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야 20대 초반에 들었던 그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Posted by e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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